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의 이병준입니다. 쉰을 갓 넘긴 여성분이 상담을 왔습니다. 남편은 가출 6개월째이고 큰아이는 직장생활 하느라 타지에 있고 작은 아이는 군생활로 강원도 있으니 자기만 덩그러니남아 있는 중에 우울감이 심하고, 조그만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고 무엇보다 집나간 남편을 돌아오게 하는방법을 알려달라며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흔히 빈둥지 증후군이 시작될 시점으로 그 나이쯤에는 인생의 목표, 해야 할 당위성 보다는 인생의 방향과 미처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 문제 해결보다 우선해야할 목표가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 아주 크고 위대한 꿈과 비전 같은 것 말고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말씀해보세요.” 라고 했더니 대뜸 “자전거가 타고 싶어요.” 라고 합니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매질을 당했던 경험이 있어 그 이후론 자전거를 쳐다보기도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작 속마음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숙제는 바로 자전거 타기였습니다. 교회학교 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기에 자기 제자들에게 자전거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짜장면 쏘겠다고 했더니 서로 달려들어 가르쳐주겠다고 하더랍니다. 강변 둔치에서 막상 배워보니 생각보다 쉽게 배울 수 있었고 운동감각이 괜찮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배운 배짱으로 용기있게 자전거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로수와 뽀뽀를 하기도 하고, 또 무릎에 생채기를 남기긴 했지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초여름 넝쿨장미가 핀 가로수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얼굴과 부딪치는 바람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 향기는 얼마나 향기로운지 소녀적 막연하게 누군가를 사랑했던 첫사랑의 기분마저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 어느새 학창시절에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또 분노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친 김에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과 난생 처음 강원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경차를 타고 유람하듯 국도로만 다녔습니다. 그 길에서 온갖 수다를 떨고 맛난 것도 먹고 숙박장소를 구하고 음식점을 찾는 일, 레일바이크를 타고 이벤트에도 참여해 보면서 아이처럼 소리도 지르고 배꼽 빠져라 웃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막상, 해 보면 되는 것을, 또 그렇게 큰 경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을, 왜 진작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왔을까 억울한 마음, 후회스런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남편이 왜 가출을 선언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고 합니다. 의존하듯 달라붙으려 하는 자신을 감당하기 너무 버거웠을 것이라고 합니다. 밉기만 한 남편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화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나고 무엇보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고 안오고의 문제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나갔으니 스스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들어왔다가도 언제라도 나가고 싶을 때 나가라고 말할 결심까지생겼습니다. 대신, 그동안 해 오던 것처럼 대접하고 챙겨주는 작업은 계속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쉰을 넘는 인생을 살면서 요즘같이 신나는 때는 없었다고 하더군요. “인심은 광에서 나온다.” “인심은 쌀독에서 나온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심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여유가 있고 능력이 있고 가진 것이 많을 때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잘 대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잘 대접해 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대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는 전혀 챙기지 않으면서 남들만 챙기는 사람은 과잉충성, 극단적 헌신이며 이 경우 ‘반동형성’이란 방어기제를 쓰고있습니다. 사실을 내가 받고 싶은데 아무도 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하죠. 남편문제가 되었든, 아내 문제가 되었든 자식문제가 되었든 외부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기 전에 자신의 마음 창고를 넉넉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하십시오. 인심은 광에서 나오게 되어 있고 그래야 둘 다 배부른 잔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