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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보리의 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

2013-07-24 04:00 | 추천 0 | 조회 54

다들 직장이 있고 하시는 일이 있으시기때문에 늦은 귀가를 하시면 대부분 피곤하실 것입니다. 더군다나 회식이나 술자리가 있다면 몸은 더 피곤하고 고단하실겁니다. 그래서 늦은 저녁에 귀가해서 침대에 눕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순간일수도 있습니다. 이 만화같은 그림은 허보리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오징어와 사람의 하반신을 합쳐놓은 초현실적인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작가 자신의 늦은 귀가 풍경을 그렸고 침대에 누워서 깊은 잠에 빠져있는 한순간을 묘사한 그림인데 오징어와 자신의 다리를 겹쳐 놓음으로써 그만큼 오징어처럼 퍼진 과도하게 피곤한 한 순간을 희화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 이 작가는 어느 날 늦은 술자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옷도 제대로 못갈아입고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방을 바닥에 내던져놓고 옷은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그대로 엎드려 깊은잠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해서 한쪽에 놓여진 이불은 스텐드 조명에 따라서 벽에 괴이한 그림자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는 순간 이불과 그림자가 어우러져서 마치 묘한 존재감을 연상시켜주는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분홍빛 침대시트와 베개, 창, 마루바닥, 벽 그리고 스텐드 조명에 의해서 환하게 비춰지는 방안풍경은 너무도 지치고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온 후에 거의 시체처럼 널부러진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널부러진 상태를 극화시키기 위해서 이 작가는 납작한 오징어를 끌어드렸고 오징어 다리와 사람 다리를 겹쳐 놓았습니다. 이러한 상상력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입니다. 제목은 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입니다. 제목 자체가 최근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감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흥미로운 제목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저는 만화적인 상상력, 일러스트레이션적인 이야기구성이 돋보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허보리라는 작가의 아버님이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씨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아버지의 만화적인 능력과 상상력, 스토리를 구사해나가는 힘이 서양화를 전공한 딸에게도 전이되었던것 같습니다. 허보리의 작품은 사실적인 그림임과 동시에 초현실적이고 상상되어진 그림입니다. 침대와 다른 소도구들은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오징어 바디를 한 존재는 작가가 상상해서 만든 가상의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충족해주고 있기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냥 지쳐서 퍼져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그릴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징어 바디를 한 사람의 퍼져있는 모습은 훨씬 더 이 사람이 현재 처해있는 피곤과 지쳐있는 모습들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구도로 전면을 포착하고 있는 그림은 어두움과 그림자, 빛의 관계속에서 아주 몽헌적으로 드러납니다. 여기에서 빛과 그림자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 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끼치는 심리적인 파장은 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가는 빛과 그림자를 적절하게 끌어드리면서 이 공간의 분위기와 느낌들을 고조시키면서 결국은 오징어 바디로 완전 피곤하다고 하는 장면을 상당히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림입니다. 그림은 단지 있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말하고자 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매개가 되는 것입니다. 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라는 허보리의 작품은 우리에게 새삼 하루를 보내고 온 사람들의 일과 그리고 다들 집으로 귀가해서 짓고 있는 마지막 풍경들을 적나라하게 안겨줍니다. 우리들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이렇게 치열했고 결과는 이렇게 장엄하다고 말해볼수 있는 것 같습니다. 허보리의 만화적 상상력과 치밀한 묘사력으로 구현된 이 작품은 하루의 귀가한 후의 자신의 방에서 맞이하는 장면들을 상당히 희화적임과 동시에 절실하게 안겨주고 있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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