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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 규코도

2012-08-30 04:00 | 추천 0 | 조회 13

안녕하세요. 작가 홍하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값은 비싸다, 그러나 품질은 세계제일을 보증한다.- 문방구 규코도의 주제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본의 천황이 자식을 시집장가 보낼 때 청첩장을 어디서 만들까요? 답은 문구점 규코도 입니다. 규코도가 사용하는 종이, 인쇄발은 단연 일본 최고로 칩니다. 규코도(鳩居堂)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방구로 꼽힙니다. 오늘날 규코도는 도쿄 최고의 문구점으로 유명하고, 저도 단골손님입니다만, 사실 그 뿌리는 교토에 있고, 교토의 규코도가 훨씬 오래된 가게죠. 규코도는 1663년 교토의 혼노지라는 절 앞에서 약종상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출발은 5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오늘날 규코도의 상징인 노렌(발)이 1180년도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규코도가 노렌을 하사받은 해는 1180년이죠. 당시 규코도의 조상인 구마가이 나오자네(熊谷直實)가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운 덕분에 당시 조정의 실권자였던 미나모토 요리모토로부터 비둘기가 그려진 노렌을 하사받고 그 때부터 자신의 집안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효시입니다. 구마가이가 미나모토 요리모토로부터 노렌을 하사받게 된 것은 전투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선의 병사들을 위해 가부키와 교겐(광언: 일종의 만담)을 해서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해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문양을 갖게 된 규코도는 이후 약종상을 200여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처음 규코도는 <꿀로 굳힌 향>으로 유명했죠. 꿀 냄새가 나는 선향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이 일반인에게 큰 인기를 끕니다. 본래 이 향은 일본 천황가의 궁중에서부터 비방을 전수받은 것이었죠. <꿀로 굳힌 향>은 오늘날까지도 규코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규코도는 1880년에 이르러 바로 오늘날 긴자 5정목에 도쿄 출장소를 냅니다. 바로 이것이 문구점으로 변신, 출발하게 된 계기입니다. 이때부터 규코도는 먹, 붓, 종이(화선지), 벼루 등을 파는 문구점이 된다. 교토는 1853년 일본의 수도가 도쿄로 옮겨가기 전까지 12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는데, 때문에 교토에는 종이, 비단, 먹,붓, 벼루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이 많았죠. 규코도는 교토에 뿌리를 두고 그러한 업체들이 생산한 문구를 받아 도쿄에서 판매했습니다. 규코도는 1880년부터 62년 동안 긴자에서 문방사우를 팔면서 위치를 굳히게 되죠. 그러다가 1942년에 들어 문방사우를 직접 생산하는 규코도 제조 주식회사, 문방사우를 판매만 하는 교토 규코도 주식회사, 도쿄 규코도 주식회사 등 세 개의 법인으로 분할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졌으므로 제조와 판매를 분할하고, 특히 판매 부분은 교토와 도쿄 등 동서 지역으로 분할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일본 천황가가 규코도로 부터 문방사우를 납품받게 되면서 명성을 날리게 된 것도 한 연유이죠. 일본의 천황가는 궁내에서 사용할 모든 물건을 납품하는 상인이 따로 있다. 이른바 어용상인이 됩니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는 상인으로서 최고의 지위를 가진다. 품질로서 당대 최고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규코도의 품질이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규코도에 납품하는 붓, 먹, 화지(종이),벼루 등 업자들은 가격은 뒷전이고 규코도 측으로부터 품질이 당대 최고여야 납품이 가능합니다. 고객 수준이 최고의 손님들이므로 싸구려 물건은 취급하지 않고, 규코도의 조건에 맞추어야 거래가 시작되죠. 그리고 그때부터 규코도 소속 디자이너들의 조언을 받아 최고의 품질에 다시 최고의 디자인을 더합니다. 그렇게 해서 당대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 탄생하죠. 그렇게 당대 최고의 품질을 추구해온 덕분에 그들은 당대 최고의문방사우점이 되었다. 이 명성 덕분에 오늘날 결혼을 하는 젊은 남녀들은 규코도에서 청첩장을 만드는 것을 최고라고 여깁니다. 규코도가 판매하는 최상의 용지에 아름다운 문양을 넣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을 최고의 영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현재 규코도의 주인은 11대로 구마가이 슌죠(熊谷淳三)입니다. 구마가이 슌죠는 1943년 생으로 일본의 명문인 교토대학 교육 학부를 졸업한 후 마쓰시다 전기에서 8년간 근무했고 이후1975년 그의 나이 32세 때 규코도의 사장으로 취임했죠. 마쓰시다 전기와 같은 일본의 대 가전메이커에서 경영을 배운 후규코도의 사장이 된 것입니다. 규코도는 비둘기 둥지라는 듯입니다. 그 의미를 11대 사장인 구마가이 슌죠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비둘기라는 놈은 자기 것이 없는 새입니다. 저희도 비둘기처럼 고객들에게 물건을 많이 나눠준다는 뜻에서 그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11대 사장의 말은 좋은 물건을 고객에게 많이 나누어 주는 것이 자신의 가게의 보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겟죠. 오늘날 규코도는 가훈이 없습니다. 그는 가훈의 의미를 자신의 가게 이름에서 찾고 있다. 앞서 말한 '아낌없이 나눠 준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것이죠. 규코도 가게 안에 들어가면 나무에 이러한 글귀가 씌어 있습니다. <필연지묵 계극정량 (筆硯紙墨 階極精良)> 붓, 벼루, 종이, 먹 중에서 가장 최상의 것을 골라 정성스럽게 판다는 의미죠. 쉬운 말로 하면 당대 최고 품질의 문방사우를 판다는 것입니다. <품질은 세계최고임을 보증한다,그러나 값은 비싸다.> 오늘날 규코도는 문방사우를 판매하는 일 외에 인쇄업, 각종 봉투 제조 및 판매, 서적 판매, 만년필 전문 매장 운영, 청첩장 및 각종 안내문 제조 및 판매 등 각종 문구 관련업도 하죠. 규코도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기른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붓글씨 교실이나 향도(香道) 교실 등을 운영한다. 향도란, 향에 대해 배우고 그것을 바르게 켜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일본의 저명한 향도의 고수를 모시고 매월 세번씩 고객들에게 가르침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또한 붓글씨 교실 역시 매월 세 번씩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죠. 아낌없이 나눠주는 비둘기처럼 고객들에게 아낌없이 문화서비스를 하며서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것입니다. 가게는 고객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고객들이 가게를 신뢰하게 되면 그 가게는 영원히 번창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믿어주는 고객이 있는 한 기업은 영원하다>는 것이 도쿄상인의 생각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의 화두는 지속가능경영입니다. 즉 100년이고 200년이고 기업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죠. 아낌없이 나눠주면서 고객과 함께 번창해온 400년 전통의 규코도,우리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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