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지금 보시고 계신 그림은 주차장풍경입니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아주 늦은 밤 깊은 새벽에 조명등에 의해서 환하게 다가오는 주차장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그림입니다. 조감의 시선에 의해서 일으켜 세워지는 주차장 풍경은 일반적인 주차장인데 깊은 밤에 비교적 텅 비어있는 차 두 대가 있고 쓰레기가 뒹굴러 다니고 또는 바퀴자국이 그려져 있다거나 흰색주차선이 선명하게 새겨져있고 저쪽으로는 나무와 풀들이 있고 바닥에는 이러저러한 흔적들, 상처들이 그려져 있는 마치 상형문자처럼 찍혀져 있는 주차장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은 굉장히 비근하고 아주 일상적이고 딱히 그림으로 그려질 만하다고 여겨질 수 없는 장소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풍경화라고 한다면 자연풍경을 떠올리고 도시풍경도 가능하고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그럴듯하다거나 순고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풍경화에 깃들어있는 이념들인데 이 풍경은 그런 풍경들하고는 조금 다른 풍경입니다. 제 생각에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늦은 밤 새벽 작업을 하다가 문뜩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봤다가 만난 주차장 풍경 같습니다. 사방은 어둡고 조명에 의해서 환하게 다가오는 주차장의 바닥을 바라보는 순간 매일매일 접했었고 그저 더럽거나 지저분하고 특별하게 매력적이지 않은 주차장풍경이지만 왠지 늦은 새벽시간에 만난 주차장 풍경은 자기한테 자꾸 말을 건네오는 주차장 바닥, 주차선, 두 대의 차등의 사물들이 갑자기 자기한테 다가와서 말을 건네는 것 같은 환각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미친것은 아닙니다. 작가란 존재들은 이렇게 말없는 사물들이 문뜩 자기한테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예술가들입니다. 아무런 말도 없고 어떤 표현도 없지만 이 작가는 조용히 한 응시 속에서 깊은 새벽에 주차장 바닥에 놓인 주차장 바닥과차 두 대와 이러저러한 자취들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들었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 느낌, 기운이 확하고 번져서 자기한테 들러붙었다는 얘기입니다. 작가는 그것을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주차장풍경이라고 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문뜩, 어느 날 밤에 느닷없이만난 주차장풍경이 자기한테 말을 건넨 그 분위기, 느낌, 그 음성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느낌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작가란 존재들은 어떤 비근하고 일상적인 대상을 만났지만 그것이 자꾸 나한테 이상한 느낌을 주고 기이한 어떤 발언을하고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운들을 발산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입니다. 그것을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현정이라는 작가는 늦은 새벽에 노란조명에 의해서 드러났었던 주차장 바닥풍경,바닥에 새겨진 바퀴자국, 이러저러한 발자국, 서로 입장을 달리해서 놓여 있는 자동차등을 보면서 깊은 밤 주차장 풍경이 나한테 스멀스멀 다가와서 전달해줬던 기운 뭐라고 언어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작가란 존재들은 명확하지 않고 문자화시킬 수 없는 막연한 어떤 것을 그리고자 욕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이 과연 그것에 닿았는지, 온전히 재연되었는지 하는 것은 구체적인 문제고 다만 작가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몸으로 느낀 감각을 그리고자 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작가가 그린 주차장풍경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끈적한 밤 목소리입니다. 더운 여름날 끈끈한 열기 속에 새벽풍경이 어떤 목소리를 내지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음성은 들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 각자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 음성을 이 그림 앞에서 들었다면 그 감상자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