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 이병준입니다. 최근엔 성인이 된 자녀의 문제로 상담요청을 해 오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자녀들이 심리적 마스코트로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음에도 철딱서니 없는 경우도 있구요, 그 반대로 부모의 불안과 무지로 인해 지극히 ‘정상’인 자녀를 심각한 ‘증상’을 가진 문제아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달 단계로 보면 지극히 ‘정상’인데 그것을 모르는 부모의 눈에는 심각한 ‘증상’으로 보이는 것이죠. 스스로 해결 못하니 안절부절 어찔할 줄 모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위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테고 전문가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죠? 우리 아들 심각하다는데 어쩌면 좋아요? 재수생 아들을 데리고 온 분이 있었습니다. 수능이 목전인데 공부는 안하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잠을 너무 많이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사 귀찮은 듯 움직이고 눈에 초점도 없으니 뭔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신경정신과로 데리고 가서 몇 가지 심리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심각한 우울증에 반사회성 성격장애까지 있다고 나왔습니다.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저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거부합니다. 지극히 정상인데 약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 또한 자신의 ‘이상’을 인정하지 않는 ‘부인(否認)’이라고 하면 아무런 할 말이 없겠죠? 그렇게 엄마와 아이가 승강이를 반복하고 있는데, 곁에서 지켜보던 분 중에 한 분이 저를 소개해 주어서 찾아오신 분이었습니다.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눈 맞춤, 기본적인 의사소통, 몸에 밴 예의가 또래 아이들보다 오히려 돋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독서를 많이 한 아이라 자기 생각도 아주 논리적이면서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표현합니다. 아이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해 보니, 몇 주 전에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겨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 갑자기 ‘공부는 왜 해야 할까? 내가 공부를 해서 얻는 최종 결과는 뭐지? 내가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면 그것으로 끝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너무 걷잡을 수 없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공부는 물론이요 사는 것 까지도 의미가 없어지더랍니다. 그래서 며칠 공부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고 단정 지었던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그저 단순한 우울감에 해당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울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인데 심각한 우울증으로 단정 짓고 약물처방을 비롯하여 온갖 처치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1년을 통틀어 보면 날씨는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고 비올 때도 있고 바람이 불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태풍이 불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바람이야 늘 맑은 날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지만 맑은 날만 계속 되면 식물이 죽고 동물이 죽고 우리의 생존도 위협을 받습니다. 알면 정상, 모르는 증상 재수생 아들은 이미 성인입니다. 공부 중에 생긴 그 물음은 정체성에 대한 지극히 바람직한 물음입니다. 그 물음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야 삶에 대한 방향과 목표가 생겨나게 됩니다. 따라서 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부모는 기뻐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아이가 자신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좋은 안내자를 만나면 아이는 정말 날개를 달겠죠? 마치 개천을 따라 내려온 연어가 드디어 바다를 만나게 되었는데 잠시 어디로 갈지 몰라 주춤하고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조금만 기다리면 힘찬 꼬리짓을 하고 때가 되면 다시 그 개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겠지요. 그 때의 연어는 개천에서 태어난 연어와는 다를 겁니다. 지극히 정상인 것도 모르면 심각한 증상이 되는 법입니다. 혹시 나도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