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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의 '헬로, 안양 위드 러브'

2018-11-02 04:00:00 | 추천 0 | 조회 1350

한 통의 편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내가 우울했을 때 알록달록 밝은 색깔의 강아지 다섯 마리를 데리고 꿈나라 같은 안양에 왔어요. 거대한 꽃을 통해 영혼을 승화시키고 싶어서 꽃잎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죠.… 

안양 들판의 다섯 마리 강아지에게 위로를 받으며,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 하늘 아래 누워서 끝없이 잠들고 싶어요. 다섯 마리 강아지가 와서 "안녕, 안녕"하며 나를 깨워도, 나는 행복해질 때까지 잠에서 깨지 않을거에요.…' 


이편지를 보내온 작가는 바로 물방울 무늬를 반복적으로 작품에 사용해서 일명 '땡땡이 작가'로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입니다.


2007년 'APAP 프로젝트(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가 작품 설계도와 함께 작품의 의도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한 편의 시입니다. 시를 읽다보면 흰구름이 피어난 푸른 하늘 아래 싱그런 초록색의 들판이 펼쳐집니다. 들판에는 오색의 알록달록한 강아지들이 뛰놀고 상상만으로도 절로 행복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가는 일반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색채와 형상으로 시 속의 판타지를 작품으로 구현해내었는데요, 범계역 평화공원 앞에 설치되었습니다. 활짝 핀 거대한 꽃과 그 주위에 모여 뛰노는 다섯 마리의 강아지 화려한 색채는 유쾌함, 그 자체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강아지들은 물론이고, 꽃조차 환한 미소를 짓는 듯 합니다. 강아지들과 꽃을 뒤덮고 있는 물방울 무늬는 유쾌함을 절정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잠시 그녀의 삶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1929년 태어난 작가의 유년시절은 암담했습니다.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부모님 밑에서 학대를 받으며 자란 탓에 일찍부터 정신 질환을 앓아왔고 꽃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망점의 잔상들이 따라다니는 환영에 시달립니다. 그때 그녀에게 예술이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하고 최선의 수단이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특징 물방울 무늬는 우울증을 벗어나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노트를 보면

'뉴욕에서 어느 날 캔버스 전체를 아무런 구성 없이 무한한 망과 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내 붓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넘어 식탁, 바닥, 방 전체를 망과 점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마도 환각이었던 거 같다. 놀랍게도 내 손을 봤을 때, 빨간 점이 손을 뒤덮기 시작했고 내 손에서부터 점이 번지기 시작해서 나는 그 점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계속 번져가면서 나의 손, 몸 등 모든 것을 무섭게 뒤덮기 시작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르네상스시대의 대가인 미켈란젤로나 빈센트 반 고흐, 뭉크 등 천재적인 예술가 중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찍이 기원전 4세기경 부터 아리스토텔레스가 '예술가들은 왜 항상 우울한가' 라는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울증을 예술로 승화시켜 역사에 남았습니다. 쿠사마야요이 또란 마찬가지였구요. 작가마다 승화시키는 방식이나 방향은 조금씩 차이가 나긴합니다. "질병, 광기, 그리고 죽음은 나의 요람 곁을 지켜준 검은 천사였다"고 하는 뭉크의 작품은 어둡고 괴이합니다. 반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고통스러웠던 정신상태와 반대로 밝고 경쾌하며 희망이 가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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