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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바다를 유영하는 모비딕, 알비노 고래

2018-10-12 04:00:00 | 추천 0 | 조회 1221

거대한 흰 고래가 도심 한복판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광활한 태평양의 깊은 바다에서 빠져나온듯한 이 고래는 이용백 작가의 ‘알비노고래’ 라는 작품입니다.


흰색의 알비노 고래를 보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나 이를 영화로 옮긴 '하트 오브 더 씨'에 나오는, 석고처럼 하얗고 거대한 향유고래가 떠오르는데요. 이 고래는 머리가 특히 크죠.  몸집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두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유고래의 큰 두개골 속에는 경뇌유가 가득 차있어 석유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 유일한 기름산업의 원료로 쓰였습니다. 때문에 고래는 사람들에게 있어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습니다. 


‘알비노 고래’ 작품이 설치된 빌딩의 건축주의 바람도 같았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청계천 복원 후 도시환경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고 준공된 첫 빌딩이 '고래빌딩'으로 불리며 풍요의 상징이 되길 건축주는 원했습니다. (그래서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피에타’ 작품으로 빛낸 이용백 작가에게 ‘알비노 고래’ 작품을 의뢰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래의 몸통이 눈에 띄는데요. 고래의 몸통은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율동감 있는 굴곡의 뼈대는 고래의 거대한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큼 크고 생명력이 넘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뼈대에 설치된 스프레이 노즐에서 안개가 분사 될 때면, 깊은 바다에서 거대한 물 안개를 일으키며 헤엄치는 알비노 고래의 마법이 도심 속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용백 작가는 "조각 작품이 완성 되어 고정된 채로 놓이는 것보다 관객 참여나 다른 요소로 빈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이 작품에 대한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간단한 테크놀로지의 사용으로 작품에 활력소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름에는 안개 노즐로 분사 효과를 내서 풍성한 살의 효과를 내고, 겨울에는 전통적인 조각 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뼈대를 드러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고래의 색입니다. 작가는 "언뜻 보면 백색이 주는 편안함이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생경함이 숨겨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정상이 아닌 결점을 가지고 태어난 기형이지만 희귀하다는 이유로 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그 자체가 패러독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피에타Pieta', '엔젤 솔저-Angel Soldier', '플라스틱 피쉬-Plastic Fish' 등 그의 전작을 관통해온 '역설'과 '변형' 이라는 작품 개념과 맥락이 일치합니다. 


 이용백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계의 행사이자 미술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의 2011년도 (제54회) 한국관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이미 미술계에선 정평이 나있는 작가인데요. '알비노 고래'에는 '미디어 아트'의 리더다운 그의 솜씨가 녹아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물 안개 속 고래의 유영을 여름, 그것도 비오는 날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작품이 빌딩 중앙에 위치해서 유감 없이 분수 역할도 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설치 위치가 사람이 통행하는 도로변의 협소한 구석으로 몰리면서 스프레이 노즐이 멈추었습니다. 물이 튀길 경우 민원이 들어올 것이란 우려에서 인데요. 때문에 거침없이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을 항상 볼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작품을 의뢰받았을 당시 이용백 작가는 당초 주문 받은 12m에서 16m로 고래의 몸집을 화끈하게 키웠다고 합니다. 사실 작가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더 남을 수 있는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죠. 작품이 위치한 청계로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주는, 청계로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의 염원처럼 ‘알비노 고래’는 오늘도 유유히 도시 바다를 헤엄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희망을 품은 각자의 항해를 오늘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보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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