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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치유한 스코필드 박사님

2014-11-06 04:00 | 추천 0 | 조회 14

넷향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운찬 입니다. 오늘은 저의 은인이자 영원한 스승이신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열세 살 때 이 분을 처음 뵈었고, 그 후 10년에 걸쳐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의 대부분을 배웠습니다. 스코필드 박사님은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에 더하여 ‘제34인’으로 불리는 영국 태생의 캐나다인입니다. 캐나다의 편한 환경을 뿌리친 채, 일제 강점에 시달리는 우리 민족을 위해 1916년 세브란스 의학교수로 처음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일생 동안 교육과 선교와 장학사업을 통해 계몽과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유관순을 비롯한 독립지사들을 돌보셨습니다. 일본의 만행과 3·1운동을 사진과 기록으로 정리하여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또 다른 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와 민족을 사랑했기 때문에 한글을 배우셨고, 석호필(石虎弼)이라는 이름까지 직접 지으셨습니다. 일제에 의해 1920년 추방되었다가 1958년 되돌아오신 후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정착과 국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실로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은 지극했고, 죽음을 맞이하실 때까지 한결같았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1960년에 대한민국 문화훈장, 그리고 1968년에는 건국공로훈장(국민장)을 받으셨고, 유언에 따라 국립 서울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묻히셨습니다. 이 분과의 인연은 우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제 소원은 일류 중학교 진학이 아니라, 취직을 해서 홀어머니의 고생을 덜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6학년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서울대 수의대학장을 하시던 친구 아버지께서 "너, 공부 잘한다며? 경기중학교만 들어가면 학비를 마련해줄 테니 공부 열심히 해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용기와 희망을 얻은 제가 경기중학교에 합격하자, 친구 아버지께서 소개해주신 분이 스코필드 박사님이었고, 이 분의 지원 덕분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중·고 시절 이 분은 등록금과 생활비 등의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정신적 지주로서 저의 인격과 가치관 형성에 깊은 영향을 주셨습니다. 첫째, 삶의 태도와 관련하여 박사님은 "정직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또한 박사님은 항상 "약자에게는 비둘기 같은 자애로움으로, 강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엄격함으로" 대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 특히 건설적 비판정신을 길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사님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지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올곧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르침은 5공 때인 1986년 제가 '대통령 직선제 교수 서명운동을 전개케 한 원동력이 되었고, 아직도 제 신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셋째는 배려와 상생의 공동체 사랑 정신입니다. 196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눈꼽만큼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개탄하셨습니다. 이들을 사회공동체가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동반성장 문화의 조성과 확산에 매진하는 것도 전부 이 분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넷째, 국가의 번영을 위해 실사구시 학문과 실용적 자세를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지식인부터 국가의 힘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된다면서 제 대학 진학 때도 경제학 선택을 권유하셨습니다. 사회 속에 몸담은 진정한 지식인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주셨습니다. E. H. Carr의 '우연을 매개로 한 필연'의 역사법칙처럼 스코필드 박사님은 아직도 제 인생행로의 영원한 나침반으로 살아남아 가르치고 계십니다. 넷향기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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