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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권리

2014-10-07 04:00 | 추천 0 | 조회 18

강연을 마치고 컴퓨터를 정리하는데, 한 어머님이 오셔서 “5분 정도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했습니다. 표정을 보니까 다급하신 것 같아서 “예, 그렇게 하지요.” 하고 정리를 끝낸 다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중학교 1학년 딸을 두었습니다. 6학년 때도 아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힘이 들어서 학교를 옮기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다가,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답니다. 그 학교가 남녀공학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일진회라는 단체에 속한 남학생 2명이 자기를 계속 괴롭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에게 “전학을 가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오고 가는 길이 지나치게 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교복의 한 부분이 얼룩으로 표시가 날 정도로 크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학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려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제 문제처럼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지요. “학교에 가서 전후 사정을 소상히 이야기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 하니까, 그분은 “선생님들이 별 의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참으면 되지.’ 정도로 마칩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면 충분히 대화를 나눈 다음에 아이의 학교를 옮겨 주기 바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그 문제를 별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생각을 해 보시지요. 저는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자기의 권리가 무엇인지? 타인의 권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권리를 구분하고 그와 같은 부분들을 침해했을 때 어떤 종류의 처벌이나, 책임을 물어야 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물음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일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선생님들이라면 남학생들을 불러서 훈계를 하고, 1~2회 반복이 되면 주의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학교를 떠나야 할 사람들은 너희들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이 학교나 사회가 아니라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여러분, 근래의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부분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내가 옳고, 당신이 틀렸다.” 물론 다 가능한 것이지요. 원래 민주주의는 소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런 소란스러움과 갈등 때문에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런 소란스러움과 갈등은 지켜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타인의 자유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의 많은 시위를 보더라도 우리가 학교를 통해서 어떤 교육을 받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시위와 같은 부분에서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본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상태에서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와 타인의 권리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 짓고, 또 그와 같은 것들을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고, 타인의 권리를 자신의 권리만큼 존중하고, 타인의 신체에 대해서 물리적으로나, 말로써 위해를 가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부분이 우리 사회가, 또 우리 개인이 행복과 번영으로 가는 초석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권리를 좀 더 중요시하고, 그와 같은 부분들을 보호하는 것에 신경 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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