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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운작가의 모퉁이 이야기

2013-07-18 04:00 | 추천 0 | 조회 75

저는 직업이 미술평론가이기때문에 아마 다른 분들보다는 작가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일반인들은 화가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작가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 정상적인 사람들하고는 다른 사람들, 알코올 중독에 가깝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현실적인 능력은 부재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등의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환쟁이라고 해서 화가들을 굉장히 폄하 했었고 단순한 쟁이, 기술자내지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이해되어 왔었습니다. 오늘날도 그림을 그리면서 먹고 사는 작가들은 경제적으로는 사실 무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은 우리가 일상적인 마켓에서 사는 용품하고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작품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제가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 중에서 1~3%정도도 안 될 것 같고 나머지는 그림을 팔아서 현실적인 삶을 살수는 없으니까 다른 일을 하거나 남편이나 부인이 버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그림은 이청운 이라는 작가입니다. 이청운은 전업 작가고 그림 외에 현실적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가 꽤 있는데 제가 80대 후반부터 이 작가를 봤었지만 항상 허름한 옷차림에 늘 술에 취해있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의 그림에는 유독 술집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림은 소시민들의 삶의 애환, 가난하고 서럽지만 끈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있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술을 많이 마셔서 술집을 많이 그리지만 그 술집은 단지 그림의 소재만으로 머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은 동네의 어느 한 골목 풍경입니다. 그림 가운데로 산동네가 보이고 산동네 집들은 불을 밝혀서 저마다 환하게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밑에 전봇대와 조명들에 의해서 비춰지는 골목 풍경이 보이고 양쪽으로 마치 벽처럼 들어선 건물들 두 채는 한쪽은 포장마차고 한쪽은 조그만 술집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술집은 소설이라고 하는 간판을 달고 있고 아마도 여자들이 시중을 드는 조그만 동네의 술집 풍경 같습니다. 왼쪽에 있는 건 포장마차고 포장마차 안에 비닐 천 사이로 사람의 뒷모습이 보여 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그러나 조금 가난해 보이는 어느 동네의 후미진 골목 풍경 같습니다. 고단한 하루의 삶을 마치고 골목을 통해서 산동네로 귀가하는 직장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두 술집들입니다. 그건 마치 덫처럼 놓여 있지만 아마 사람들은 하루의 피곤을 이 술집을 통해서 풀고 집으로 귀가하는 발걸음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이청운의 그림은 서울의 한 풍경이고 골목길의 풍경이지만 그것이 단지 아름다운 경관내지는 그림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소시민의 애환이 녹아있는 동네의 어느 후미진 골목 풍경을 통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그나마 포장마차나 술집을 통해서 위안을 받으면서 하루의 삶을 기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림입니다. 물감들은 전체적으로 두툼하게 발라져서 질감 효과가 두드러지고 전체적으론 짙은 청색과 검정색위주로 차분하게 가라앉아있고 부분적으로 조명등과 바닥, 빛에 의해서 드러나는 벽들이 환하게 밝아오는 따뜻한 그림입니다. 더군다나 어눌하게 쓰인 간판의 소설이라는 술집의 이름과 이 작품에 들어와 있는 동네 풍경은 마치 하나의 삽화처럼, 우리내 인생의 어느 한 삽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따뜻하게 마감되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이청운이라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술을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소박한 동네풍경과 허름한 선술집,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동네 집들, 전봇대, 어눌해 보이는 글씨로 쓴 소설 같은 간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따뜻하게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청운의 이 그림은 자신의 삶의 동선 속에서 바라본 것을 그림과 동시에 자신과 같이 가난하고 외로운 작가의 삶의 공간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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