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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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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가 진짜 축구

2021-02-03 05:00:00 | 추천 1 | 조회 7796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잘 알지도 못합니다. 

인터넷팀 소속 기자 시절 어쩔 수 없이 기사를 쓰기 위해 공부를 한 적은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그렇게 흥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2009년 WBC 덕에 야구를 알게 됐듯, 당시에는 축구의 룰에 대해서 조금 눈뜬 정도죠(아직도 ‘오프사이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축구 경기 자체보다는 거리 응원전에 더 열광했습니다. 

이번 월드컵도 그랬습니다. 

여럿이 같이 응원을 하는 건 좋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대표팀의 축구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우리 팀이 골을 넣으면 좋았고, 골을 먹으면 화가 났던 정도입니다. 

그런 제가 요즘 축구에 푹 빠져 있다.

축구 경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군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표팀 경기를 우연찮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축구를 보며 신천지를 경험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우리 여자 대표팀이 우승을 해서 더 그랬던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승패 여부를 떠나 축구라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대표팀은 아기자기한 패스 게임을 펼칩니다.

11명의 선수가 정말 한 명처럼 움직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멈춰 서는 법이 없습니다.

서구나 아프리카 팀의 체격과 유연성에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경기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여자 축구라면 질색을 하는 축구광 선배 하나가 제 권유로, 처음 경기를 봤습니다. 

멕시코전이었습니다. 당장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 4강 신화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남자 대표팀과 판박이라더군요. 

당시 청소년 대표팀은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군부 독재정권의 압제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한 줄기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여자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까, 여자 축구선수들도 궁금해지더군요. 

몇몇 선수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보고, 미니홈피에 들어가 보기도 했습니다. 

하나 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축구를 하고 있더군요. 

그 가운데서도 이번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지소연 선수의 사연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목이 메는 바람에 읽다가 멈추기를 몇 번이고 해야 했던 지 선수에 관한 기사 몇 대목을 소개합니다. 


지소연 선수의 가족은 최근에야 간신히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됐습니다. 

하루 6천원 안팎의 돈을 나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 돈으로 세 가족이 한 달을 납니다. 

지 선수가 축구를 하고, 남동생이 학교에 다닙니다. 

하긴 이를 두고도 ‘황제 같은 삶’이라고 말할 철없는 여당 국회의원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지 선수의 가족사를 곱씹으면서, 이번 여자 청소년 대표팀 경기가 남자 월드컵 대표팀보다도 훨씬 더 드라마 같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약자의 승리를 통해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에 비하면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몸값을 자랑하는 우리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시시한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가 여자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습니다만).


저는 앞으로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가난과 편견을 이겨낸 이 소녀들을 응원할 생각입니다. 

지난 월드컵 때처럼 우리가 골을 넣으면 환호하고, 골을 먹으면 분노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골을 넣건, 골을 먹건 상관없이 그들을 성원할 겁니다. 

온국민의 환호와 함성 없이도 여기까지 달려왔고, 환호와 함성이 조금 살아났다고 해도 변함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달릴 그들을 진심으로 지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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