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참된 발전이란 겉만 번지르르한 물량질적이고 외형적인 발전이 아니라 속이 건실한 질적이고 내향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개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성장과 개발에 치중하여 대학을 대형화하는데 급급해 왔다. 

이런 개발 성장논리는 대학의 역사가 길건 짧건 간에, 그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그대로 적용되어 왔다. 

이로 인해 우리는 ‘개성 있는 대학‘, ‘혼과 얼이 배어있는 대학’ 

즉 그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대학다움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오늘날의 도시는 물질문명이 가져다 준 생활의 편리를 증대시켜온 반면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파괴하여 결국은 인간다운 생활환경을 빼앗아 가는 인공사막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자연파괴를 바탕으로 한 도시형성이 시민에게 얼마나 심각한 불쾌, 불건강, 불안전 등 화(禍) 와 해(害)를 가져다주고 시민정서를 메마르게 하는지를 아는 데는 한국 의 여러 도시들이 아주 좋은 표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대학 캠퍼스 안에서 그대로 답습되고 재현되고 있다. 

한 시대의 올곧은 이념 가치 논리를 제공해주어야 할 대학이 역사적 경관이건 자연적 환경이건 간에 주변 환경을 희생시키며 추구되고 있는 개발 성장논리에 젖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00여년의 오랜 역사속에서 아름다운 역사적 건축물 이라고 불리울 수 있었던 대학의 본관, 대강당, 도서관을 위시한 부속 건물등이 바로 인접한 고층화되고 대형화 되거나 지하화된 건물들로 포위되거나 압도당해 중심권에서 밀려난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민자유치나 임대수입 확충이라는 미명하에 지나친 상업성을 대학중심까지 끌어들어 공공성 추구라는 대학이 가진 본래의 이념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사회나 대학은 역사적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이 그 소중한 가치가 지켜지기 위해서 주변 건물을 신축할 때 이에 대한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적 경관이나 자연환경이 개발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잘못된 종래 생각에서 벗어나 개발은 그 속에 보존을 담고 있을 때만이 비로소 참된 개발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자연을 존중하고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결국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과 같다. 

사회의 가치체계는 시대와 더불어 변천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보존에 대한 기대가치는 높아진다. 

이제까지 등한시 해왔던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것을 보존하는 교육이나 운동이 대학을 중심축으로 하여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야 하겠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지나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창조주 하나님이 주셨던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우리들 선조가 물려준 역사적 환경(문화유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편리만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작은 불편쯤은 기꺼이 받아들이며 속도전이 아닌 느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삶으로 돌아서야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수원이라는 역사도시, 문화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광교신도시와 경계하고 있는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와, 금화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문화도시 서울의 요충지에 일찍이 자리잡은 서울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경기대학교로서는 이러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환경의 가치에 대한 협소함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학에 상생(相生)의 생명력을 불어 넣는 새로운 대학 상을 이번 기회에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경제논리보다는 문화논리가 사회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의 시대에는 사람들의 감성표현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뿐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매체를 통해 감성이나 감동체험의 기회가 늘어나고 상호간의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감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 하에서 대학은 이제까지의 기능제일주의 양적충족시대를 벗어나 아름다움, 쾌적성, 정취나 정감이 깃들어진 동시에 역사와 전통, 혼과 얼이 배어있는 대학교다움의 감성캠퍼스를 지역 사회와의 연대하에서 조성하는 일이 이 시대에 대학에 부과된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