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빌딩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수호하고 있는 듯한 녹색의 아름다운 사슴한마리가 있습니다. 

조영철 작가의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 조각 시리즈입니다.

조영철 작가는 그동안 철과 폴리카보네이트를 이용해 말, 코끼리, 고양이 등의 야생동물을 주제로 조각 작업을 해왔습니다. 

사슴의 몸체는 폴리카보네이트나 렉산으로 불리는 강도 높은 투명 아크릴로 제작되었습니다. 

야외에 설치되는 작품인지라 내구성이 강해야 했던 이유도 있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한것이 좀 더 컸다고 합니다. 

투명한 사슴은 대상을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환경을 가리지 않고, 주변 환경을 몸 안으로 투영시키기 때문입니다.  

사슴과 같은 야생동물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사회가 정한 크고 작은 제도들과, 일방적인 신호들·그리고 기호들 위에 서있습니다. 

거대한 도시 안에서 수많은 규칙에 얽매어서 살아가는 현대인과 사슴은 서로 무척이나 대조적입니다. 

‘사슴’이 주는 메세지는 해가 지면 좀 더 선명해집니다. 

사슴의 몸체와 뿔 내부에 설치된 LED조명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청록의 생명력 넘치는 사슴이 탄생됩니다. 

사슴은 수많은 간판과 조명으로 빛나는 도시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도시의 일방적인 규칙들을 뛰어넘으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에 대해 "도시의 일방적인 질서와 신호 사이에서, 사슴이 보내는 신호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고 했습니다. 

갤러리나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도심 속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들이 있습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조영철 작가의 야생 사슴 한 마리처럼, 일상 속에서 작품을 통해 얻는 휴식의 에너지를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