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람인데 왜 사람마다 기억력이 차이가 날까요?  

주변 사람을 보면 사람마다 기억 능력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억을 잘하지만, 어떤 사람은 암기력이 별로 좋지 않기도 하지요. 이것은 사람이 달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심지어는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것은 잘 외우는데, 어떤 것은 잘 외우지 못합니다. 왜 그런 것 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 이외에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시끄러운 환경이라면 아무래도 집중할 수 없으니 기억이 안 좋아집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환경도 그렇고, 몸이 안 좋아서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기억이 좋지 않습니다. 또한 신체적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이렇듯 사람의 기억은 원래 아주 불안정한 것입니다.

만약 특별한 환경적 변화가 없는데도 기억력이 달라진다면 기억해야 하는 대상이 다른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다 같은 기억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내용은 다 다르답니다.

스콰이어(Suire)라고 하는 유명한 기억 심리학자는 우리의 기억이 독립적인 체계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콰이어 박사는 기억을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으로 나누었습니다. '서술적 기억'은 'know-what',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하는 것을 의미하고 '절차적 기억'은 'know-how', '어떻게'에 해당하는 기억입니다. 그리고 서술적 기억은 '의미적 기억'과 '일화적 기억'으로 또 세부적으로 구분했습니다.

서술적 기억(descriptive memory)은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무엇은 무엇이다'와 같이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그 내용으로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자동차는 운송 수단 중 하나다'라고 하는 것은 서술적 지식(일반적 지식에 해당하는 의미적 기억)이고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이 '절차적 지식'입니다. 그리고 '서술적 기억'의 내용 중에 '일화적 기억(episode memory)'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억입니다. 내가 겪은 사건, 들은 이야기, 본 것 등과 관련된 기억입니다. 

이에 비해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은 ‘know-how'에 해당하는 지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운전 기술과 관련된 기억을 하는 것이지요. 자동차의 구조를 아는 것은 '서술적 기억' 그 중에서도 '의미적 기억'이지만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면 된다'는 것은 '절차적 기억'에 해당 하는 것입니다. 

운전면허의 필기시험에서 자동차의 내부 구조를 기억해서 문제를 맞추는 것이 '서술적 기억'에 대한 것이고, 그에 비해 실기시험에서 주행 시험을 보는 것은 '절차적 기억'에 대한 것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서술적 지식에는 까막눈이어도 막상 실행에 해당하는 절차적 지식에는 일가견이 있어 그것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술적 기억 중 의미적 기억은 잘 못해도 신변잡기적인 '일화적 기억'은 아주 세밀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이렇듯 기억하는 내용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한편 '절차적 기억'은 잘 못해도 이론적으로 '서술적 기억'은 잘 해서 실무 점수와 다르게 필기 성적을 잘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요.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사자들 각자 성격, 동기부여 수준에 따라 마음이 끌리는 기억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똑같은 사람인데도 기억을 잘하고 못하는 것을 따지려면, 전체적인 기억력이라는 표현보다는 그 기억의 종류를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즉 기억을 해야 하는 내용이 서술적이냐, 절차적이냐, 일화적이냐에 따라 기억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뭉뚱그려서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좋다는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떤 사람은 '일화적 기억'을 더 잘할 수 있고요, 어떤 사람은 '절차적 기억'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