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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 사는데 도움이 될까?

2019-02-15 04:00:00 | 추천 0 | 조회 1847

심리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남석입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 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기념일을 까먹어서 곤란에 빠지셨거나 시험지 앞에서 공부했지만 기억나지 않는 내용과 씨름해 보신 분이라면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기억력은 마냥 부러워할 것은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기억력 천재와 관련된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솔로몬 세라세프스키(Solomon-Veniaminovich Shereshevsky)’는 기억 천재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의 학술서적에서 간단히 'S'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세라세프스키의 기억력은 그를 연구한 학자인 루리아(Luria)도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세라세프스키는 아무리 긴 단어 목록을 보여줘도 단 한번 만에 줄줄 외울 수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세라세프스키는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순서를 거꾸로도 암기할 수 있었고 몇 번째 단어가 뭐였는지도 금방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암기에 관한 한 한계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의 기억은 수 십년간 변함없이 지속되었습니다. 루리아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매년 그를 만나서 예전에 보여줬던 목록을 다시 외워보라고 해봤는데 그때마다 그는 그동안 봐온 모든 목록을 줄줄 외워댔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암기력은 뛰어났지만 상상력이 부족했습니다. 즉 그는 연상이 되지 않는 단어에는 약한 기억력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해 낼 수 있는 ‘무(無)’ 같은 단어를 외우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기억 천재가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다니 의외이시지요? 사실은 솔로몬은 얼굴을 아주 정확히 기억했습니다. 다만 그것을 사람과 짝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수염이 자라거나 머리 길이가 달라지거나 낯빛이 달라지는 등 변화무쌍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은 동일인으로 기억을 합니다. 하지만 세라세프스키는 정확한 기억력 때문에 그 얼굴을 모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번 완전히 다른 사람에 둘러 싸여 있는 셈이었지요.

본인을 연구한 연구자도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어떠신가요?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으신가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시는 분들을 위해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세라세프스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도 매일 매일 새롭게 보였습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요. 덕분에 그의 머릿속은 언제나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동안 보고 들은 모든 것이 머릿속에 떠 다녔고, 수많은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와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농담으로 천재는 '천하의 재수가 없는 사람'의 준말이라고 하는데, 정말 불쌍한 기억 천재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서 더 행복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모든 일을 속속들이 정확히 계속 기억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이미 천재처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망각술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 천재는 아닐 수 있지만 망각 천재이기는 합니다. 망각때문에 우리의 삶은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억을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저장할 줄 알았던 세라세프스키가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보면 기억과 삶의 관계가 참으로 오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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