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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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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해지는 15초의 기적

2018-05-23 04:00:00 | 추천 0 | 조회 802

저는 매일 출퇴근을 지하철로 합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지하철을 타면 그 말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매일 마주하는 도시인들의 모습은 무표정 그자체이죠.

각자의 행선지에 따라 그저 앞만 바라보며 제 갈길 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하에는 노선별로 움직이는 전동차도 있지만 또 하나 사람들의 물결이 그와 함께 운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객차 안에 들어서면 옆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구요. 

그러다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또 하나의 물결을 만들기 위해 서로 앞 다투어 갈 길을 재촉합니다.

환승하는 곳에서는 그 물결이 마치 쓰나미처럼 더욱 치열해 지죠. 

모두가 바쁜 일상이기 때문에 1분 1초라도 더 아끼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자동으로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더 빨리 가기위해 성큼성큼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스마트해진 세상이라 전동차 어느 칸 어느 문에서 내리면 더 빨리 환승할 수 있다는 정보서비스 덕분에 더욱 영리해진 사람들의 발걸음은 하늘이라도 날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며 가며 부딪히는 사람들, 발을 헛디디는 사람들, 인파 속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 휴대전화기 떨어뜨리는 사람들로 지하세계에서는 북새통이 무한반복 되는 것 같습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시비 끝에 싸움도 벌어질 것만 같은 상황인데도 신기하게 사건사고 없이 잘도 넘어갑니다.


어느새 잘 훈련되어진 탓일까요, 아니면 사소한 일에는 무뎌진 도시인들의 감각 탓일까요,

아무튼 사건사고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만 언젠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실상은 불안하기만 하지요.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지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빨리 가기 위해 혼자서 속도를 내 봤는데 그게 참 위험하더군요.

마치 경주하듯이 먼저 가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었구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헛디디고 부딪히고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이제는 제법 요령이 생겨서 빨리 가는 것 보다는 편히 가는 쪽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지하철 역사에 가보면 전동차가 언제 들어오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이 대부분 있는데 이번 역으로 진입 중이라는 표시를 보면 마음이 급해지지요.

그래서 앞뒤 잴 것 없이 뛰고 보자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계단 뛰어 내려가는 것도 모자라서 전동차로 몸을 날리는 것을 보면 저렇게 목숨을 걸어도 되나 싶지요.

승강장에 전동차가 진입 중이라면 저는 마음에서부터 포기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빠져 나오고 잠시 조용해 진 틈에 비로소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차를 놓치고도 몇 분을 허비했다는 아쉬움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그 순간을 경험하고 나면 보내고 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동차에서 내릴 때에는 딱 15초만 참습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순간에 내리자마다 출입문과 출입문 사이 공간에 서서 눈을 감고 딱 15초만 천천히 세어봅니다.

그리고 눈을 떠 보면 불과 15초 사이에 조금 전 아비규환과도 같던 모습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매순간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15초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일상을 생각해 보면 단 15초만이라도 나만을 위한 고른 숨을 쉬며 평화로운 순간을 맞이하는 현명함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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