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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빈자리
최윤규

생각의 빈자리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서른 개의 바큇살이 바퀴통에 모여 있으나
바퀴통 복판이 비어 있어야 쓸모 있고
찰흙을 이겨 옹기그릇을 만드나
그 속이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만드나
안이 비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쓸모를 생겨나게 하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에도 빈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빈자리에 잘못된 생각들이 아니라, 우아하고 좋은 생각들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 제 머릿속과 여러분 머릿속에 빈자리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는 것만 중요시하고 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런 하지 않는 역발상으로 많은 장기기증자를 모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장기기증을 하려면 신청서를 써야만 합니다.
그렇게 신청서를 쓰게 하니까 신청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이것을 거꾸로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표현을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장기기증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그러자 기증자가 4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불필요한 물질을 모두 제거해야만 비로소 보석으로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내 삶, 가슴, 머릿속,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빈 공간으로 만드는 것,
그 빈 공간이 있을 때 비로소 생각의 여유가 생기고 창조, 상상, 발상의 기반이 그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빈 공간을 만들어둬야 합니다.

네덜란드 교통조사원이자 기술자인 한스 몬더만(Hans Monderman)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로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고율이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교통 신호는 사람들의 책임과 주의, 의무를 빼앗아 갑니다. 교통신호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책임감은 줄어듭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 안에 침 뱉지 마시오'라고 팻말을 써 붙인 집은 없겠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가족들 스스로가 알아서 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뿐만 아니라, 사회 속 대중의 공간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사회, 바로 생각하는 사회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생각 속 여백의 미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빈 공간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에는 버튼이 한 개밖에 없었고 자신이 입는 옷에는 단추도 없습니다.
이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세상을 바꾸는 우아한 발상을 위해서는 우리의 머릿속에 빈 공간, 생활 속에 여백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빈 공간이 있습니다. 그것을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 부족한 부분, 부족한 공간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감사하고 채워나가려고 노력할 때 생각의 힘, 상상의 힘, 융합의 힘은 커질 수 있습니다.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은 자신의 시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겐 성실한 하인 여섯 명이 있다네.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은 이들에서 배운 것이네.
하인들의 이름은 무엇, 어디, 언제, 어떻게, 왜, 누구이다."

여러분도 하인들을 고용하세요.
어떤 사람이 미끄러운 고무장갑에 오돌토돌한 돌기를 붙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돌기를 보고 콘돔을 만들었고, 얼음주머니를 만들었고, 골무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하인들을 활용하면 우리 생각의 빈자리는 조금 더 쉽게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면서 지우고 싶은 모든 추억들이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먼 훗날 네가 유명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십 대 때 무심코 올린 한 줄의 글이 네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다.
무심코 남기는 글이라도 신중하게 적어라."
그날 아들은 부정적으로 썼던 자신의 글 하나를 삭제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cctv가 더 많이 보급될수록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이 세상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년 후에 이런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최윤규 님.
2014.12.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7~10시 사이에 당신이 촬영된 모든 영상을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본 서비스는 유료이며 이 영상물을 삭제하고 싶으시다면 10분당 10만 원의 금액을 입금하셔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촬영되어 있는데 그 영상을 지우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 지우는데 돈 들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있는 것 삭제하는데 돈 들지 않습니다.

이제 노자의 말처럼 비어있기 때문에 쓸모 있는 머리를 만들어 봅시다.
그래서 쓸모없는 것들은 삭제하고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때 우리의 생각, 발상, 창조의 힘은 커질 것입니다.
자, 이제 다 같이 우아한 상상을 시작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