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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디자인
이순종

이 시간에는 ‘예술과 디자인’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가끔 예술 또는 미술과 디자인의 관계에 대하여 혼동을 일으키곤 합니다.
논의의 중심은 디자인이 예술이나 미술의 범주에 들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는 예술이나 미술과 디자인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 예술은 건축과 가구, 의상과 귀금속 등을 포함하였습니다.
즉, 그 당시의 예술은 생활용품과 건축을 포괄하는 모든 인간 삶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술 등 그 시대성을 대변하며 새롭게 창조되는 모든 사물과 문명을 포괄하였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 미술은, 표현 위주의 순수미술과 기능적인 공장제품이나 건축들을 구분하여 응용미술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한때 구분되었던 회화, 조각과 같은 순수미술의 영역이 설치미술이나 미디어 미술 등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또한, 공예와 디자인영역은 순수미술의 영역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이제 표현적 미술과 실용적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인간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상호 융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현대미술에 산업적 신기술이 자연스럽게 차용되고 있고, 모바일폰이나 냉장고의 새로운 디자인들은 유명 미술가들과 협업으로 자연스럽게 창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예술 미술과 디자인을 구분하자면, 예술 미술은 좀 더 인간의 내재된 정신적인 측면의 가치를 고양하고자 하며, 디자인은 좀 더 일상생활의 기능적 유용성이나 환경적 가치의 증진과 관계됩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그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사실들과 관련된 관념들을 시각적 조형적으로 표현하며, 한편 디자이너들은 인간의 삶이나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을 기능과 생산과 일상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조형적인 표현을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사물을 창조하는 미술가, 공예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그 어떤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그들은 삶의 제 문제를 해석하고, 조형적, 감성적 요소를 다루고 창조하며, 우리 사회의 지성과 감성 등, 문화적 힘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입니다. 따라서 이제 예술과 미술이 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에 인간 삶의 환경을 더욱 풍요롭게 창조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그랬듯이 예술의 정신적 사유의 힘을 기술과 인간의 문제에 연결해야 합니다.

또한, 예술이나 디자인은 인간의 삶과 환경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기에 중요합니다.
이에 우리는 예술을 단지 알면 좋다거나, 삶의 문제에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예술은 이제 더는 화랑이나 뮤지엄에서만 발견되어서는 안 되며, 건물과 거리, 의상과 가구, 생활 도구 등에서 쉽게 발견되고, 인간생활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다른 예술보다도 과거 건축의 역사는 그들이 살고 있었던 그 시대 인간의 태도와 정신세계와 능력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나 파르테논신전이 없었다면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의 생활과 사고에 대하여 깊은 통찰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제트기나 3D 프린터는 이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의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빌딩과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 일상적으로 입는 의상들, 모든 가재도구를 포함한 생활의 사물들은, 바로 이 시대의 가치와 꿈과 상상력을 표현한 일상적인 예술입니다. 그리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예술화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이 디자인을 더욱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