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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작가의 서울 서교동
박영택

구본창이라는 사진작가는 학부 때는 경영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이후 해외 지사근무를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미술대학을 갔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후 국내에 귀국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지금 현재 한국 현대 사진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구본창 작가가 국내에 귀국해서 당시 처음 찍었던 서울 주변의 풍경 사진입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의 서교동 한 골목길 풍경입니다.
지금 보면 담벼락과 바닥, 높이를 가지고 있는 턱에 깨진 석고상이 놓여있고 그 바로 옆에는 연탄재가 몇 개 놓여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구겨진 흰 종이들이 접혀있고 잔설이 쌓여있습니다.
벽에는 시간의 흔적이 깃들어서 더러워진 벽을 보여주고 있는 비근한 도심의 한 골목길 전경입니다.

사실 사진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사진작가는 끝없이 무언가를 다시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우리가 늘 보고 있는 장면들을 다시 보여주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보여주는 행위 속에는 우리가 미쳐 간과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들을 불현듯 안겨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진은 우리가 늘 보았었던 것들입니다.
보았었던 것들을 다시 보여주는 데 내가 미처 못 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사진의 기술적인 문제는 추후의 문제고 우선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 있는 것들을 그렇게 볼 수 있는 눈이고 마음입니다.
저는 공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사진,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 것은 늘 보고 접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다시 보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렇게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작가는 아마 추운 겨울날 아침에 도심을 어슬렁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 문득 그의 눈에 들어왔던 건 깨진 석고상이었습니다.
알다시피 석고상은 그리스 로마 시대 때 제작되었던 조각작품들의 모형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해서 입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흰 도화지 위에 미술 연필을 가지고 공들여 재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는 석고상입니다.
쥴리앙이라고 하는 석고상은 비너스, 아그리파 등과 함께 미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십 번, 수백 번 그려봤었던 석고상일 겁니다. 그 석고상이 때가 타고 파손된 상태에서 버려져 골목길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한때 뜨겁게 달궈졌다가 본래의 소임을 다하고 버려진 식은 연탄재가 놓여있습니다.
이 두 개의 초현실적인 만남은 순수한 미술 세계를 지향하는 쥴리앙이라고 하는 석고상과 가장 실용적인 차원에서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면서 온돌을 지졌던 식은 연탄재가 만나서 예술과 연탄재의 두 개의 관계에 대해서 흥미롭게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 작가는 아마 버려진 석고상을 통해서 오늘날 예술은 일상 속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당하거나 하등의 별 의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식은 연탄재만큼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버려진 오늘날 예술은 무엇일까를 문득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지만, 서교동의 한 골목길에 버려진 석고상과 연탄재의 느닷없는 만남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쓰임과 연탄재 하나의 가치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들을 문득 생각하게 해주는 물건으로써 우리 앞에 존재한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