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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작가의 흑백사진
박영택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애매하고 부족해서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없습니다.
반면 사진은 우리가 봤었던 것을 기억해 주는 강력한 보존장치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회화와 달리 이미 있었던 것을 찍고 기록해서 남기는 것입니다. 한 장의 사진은 인간의 충분하지 않은 기억을 대신해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응고를 시켜주는 강력한 인증의 자료입니다. 사진은 이전에 인간이 문자나 이미지로 기록했던 것에 비해 월등하며 하나의 장면, 하나의 시각적인 자료로 제시해 주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이 문자, 이미지, 조화, 조각을 대신해서 지난 시간이나 장면, 순간을 기억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0세기 사진의 등장은 인간이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거의 모두 압축해서 저장하고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사진은 이미 있는 것을 찍습니다.
따라서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해볼 수 있지만, 때로는 그것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조작하기도 하고 가짜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우리가 당연히 객관적인 실체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약간의 조작을 통해서 사실을 거짓으로 왜곡시킬 수 있는 동전의 양면같은 두 개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은 무조건 객관적인 실체를 제시해 주는 증거나 진실이라고 하는 순박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 사진은 강홍구 작가의 흑백사진입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이 흑백사진은 한여름에 한가로운 해변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여러분도 유년 시절에 한 번은 해보셨었던 추억이 어린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이 해변에 앉아서 모래를 가지고 노는 체험을 보여줍니다. 모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조각적 체험을 안겨주는 매혹적인 물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의 시원(始原)이 바닷가의 모래라는 말도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문자나 이미지의 등장을 새의 발자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찍힌 새의 발자국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이 문자고 이미지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결국 동양의 문자나 이미지는 해변에 찍힌 가벼운 새의 발자국으로부터 연유했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화면 중앙의 수평선 가운데에 잠수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잠수정입니다.
몇 년 전에 강원도 바닷가에 출몰한 북한군의 잠수정에 대한 사건을 기억하실겁니다.
이 사진은 아이들이 한가롭고 평화롭게 모래놀이를 하는 순간에 불연 듯 바다 가운데에 떠 있는 북한군의 잠수정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평화로움이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분단된 상황 속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아주 예리하게 보여주는 정치적인 사진입니다. 물론 이 사진은 합성사진입니다. 해변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찍은 다음에 잠수정 사진을 합성해서 마치 실제 바닷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같이 연출한 사진입니다. 연출된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남한에서의 하루하루의 일상이나 현실이 사실은 늘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분단이 지속되고 있고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라고 하는 시간대에 위태롭게 걸쳐 있다는 것을 날카롭게 깨우쳐 주는 매우 시사적인 사진입니다. 이처럼 한 장의 사진은 미술적이면서 이미 우리의 일상에 잠복해 있던 어떤 일면을 불연 듯 노출시키는 힘을 발산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