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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이에서 배우는 대화의 기술
이병준

결혼 2년된 젊은 새댁에 상담을 왔습니다.
8개월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선뜻 상담소를 찾아가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 정도 아이는 괜찮으니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저희 상담실은 의자를 쓰지 않고 좌탁을 쓰기 때문에 아이와 와도 괜찮고 그날은 제가 아내에게 부탁을 해서 혹시라도 엄마가 감정이 격해지거나 잠깐 아이를 봐야할 상황이면 봐 달라고 부탁을 해 둔 상태였습니다.
하얀 얼굴에 머리가 듬성듬성 난 여자아이,
첫 대면인데도 낯가림을 하지 않고 저에게 다가오면서 옹알이를 합니다.
"응~ 반갑다구? 나도 너 반가워?"
"아~ 내가 잘 생겼다고...그래 그건 나도 알지."
"엄마 잘 부탁한다고?"... 라고 반응해 줍니다.
저도 그 새댁도 아내도 보는 사람도 다 흐뭇해합니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보는 사람들은 다 행복해 합니다.
옹알이는 아기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내가 여기 있습니다를 알리는 수단입니다.
과거에는 울음을 통해서만 표현했는데 이제는 조금 컸다는 겁니다.
누워있던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일어서면서 운동성이 생기면서 아이는 탐색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때 아이가 뭔가 탐색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을 옹알이라고 합니다.

옹알이를 어떤 사람이 어떻게 반응해 주느냐에 따라서
아이는 뭔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인데 듣는 사람들이 탁월한 동시통역사일 때
그래서 반응해주고 웃어주고 좋은 해석해주고 살갑게 맞아주고 뽀뽀해주고 안아주고 이렇게 해주면 아이는 그때 '내가 뭔가 괜찮은 사람인가보다'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잘 받아주는 구나.'라고 해서 'good self' 가 형성이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옹알이를 했는데 아무도 반응을 안해주면 '세상은 아무도 없는가보다'라고 해서 'bad self'가 만들어 집니다.
이런 경우를 흔히 심리적인 자폐(自廢)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성장하게 되면 대게 깊은 교류를 하지 않고 회피하는 사람으로 될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수동적 공격성을 쓸 가능성이 다분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옹알이를 합니다.
사실은 부부싸움의 이면에도 결국 옹알이입니다. 내가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아달라는 것입니다.
내가 말을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 할지라도 듣는 쪽에서 탁월한 해석가가 되어서 동시통역을 해달라는 겁니다.
이것은 예외가 없습니다.
만약에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면 우리가 '나잇값 좀 해라.' ' 철없이 왜 그러냐'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지난여름 휴가때 제가 시골에 내려갔더니 저희 어르신께서 공사를 한창 하고 계십니다.
큰 소나무를 가지고 뭔가 파내고 있는데 뭘 하시느냐고 여쭤봤더니 절구통을 만드시겠다는 겁니다.
"아니 왠 절구통입니까?" 라고 물었더니 어디에서 수령이 200년된 소나무가 죽었는데 그 소나무를 땔감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 뭔가 효용성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 라고 해서 가지고 오셨다는 겁니다.
그 소나무가 얼마나 단단한지 전기톱을 가지고 자르는데도 전기톱에서 연기가 날만큼 아주 단단한 나무였습니다.

절구통을 만든다고 할때 주변사람들은 전부다 반대했습니다.
"왜 쓸데없는 고생을 하려고 그러냐" "여름철에 뭔 고생이냐" "그거 한다고 무슨 국가에서 상금을 주냐"
"무슨 무용문화재 지정이 될것이 있냐"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 데 저는 당연히 하십시오 라고 권유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르신이 자신을 표현하는 옹알이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어르신은 평생 목수로 일을 하셨습니다.
목수 가운데서도 도편수라고 하지요.
한 10여년 전에 군지역에 만들어 놓았던 근청각에 본인의 이름 석자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 그 나무를 만지는 목수의 눈에는 그냥 땔감이 아니라 뭔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작품, 절구통은 자신하고 동일시 된다는 것입니다.
한달 내내 속을 파내고 다듬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온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그일을 계속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옹알이를 충분히 받아주면 당사자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그래도 심리학을 공부했으니까 시작할때부터 해서 모든 변천사를 사진을 찍어두어야 된다. 해서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고 완성된것도 사진을 찍고 그런것들을 출력해서 보여드리기도 하고 하면서 어르신의 얼굴에 아주 흡족한 표정들이 있게 됩니다. 그게 절구통을 만드는 행위로 들어난 것이지만 이게 건강한 패턴으로 들어나지 않으면 병리적인 패턴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 확인된다고 판단될때 살맛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옹알이를 잘 받아주어서 자신의 인생이 의미가 있고 인생이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기를 그 인생이 아주 중요하다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기를 끊임없이 기대합니다.

사실 옹알이를 하려면 옹알이를 하는 아이와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어야 되듯이 옹알이를 하려면 함께 시간는 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옹알이를 하는 대상과 아주 친밀한 관계에 있어야 됩니다.
별로 친밀하지 않은 아이의 옹알이는 받아주지 않고 무관심할 수 있지만 관계가 있는 대상은 그 옹알이는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에서 표현되지 않았던 이면의 어떤 마음들, 잘못 표현된 것들이거나 어중간하게 표현된 것들의 뒤에 담겨진 그 사람의 말 그 자체를 옹알이로 해석을 하고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의사소통의 달인이 될 것입니다.
그때 탁월한 해석가인 나도 좋은 점수를 얻겠지만 나에게 옹알이를 했던 그 사람도 아주 기분 좋은 관계가 되고 두 사람은 아주 특별한 관계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주변을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십시오.
내 아내나 내 남편이나 내 가족이 나에게 옹알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는 주변에서 누군가가 계속 지속적으로 옹알이를 하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해석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옹알이를 한다고 판단되면 이면의 숨겨진 마음들까지 동시통역을 해서 그분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는 그런 삶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