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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질은 타고 날까요?
공병호

전 영국 수상이었던 존 메이저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크게 기울었습니다. 방은 두 칸이었고, 형제가 많았기 때문에 모두가 한꺼번에 자기에는 쉽지가 않았죠. 아버지는 시력도 잃었고, 그렇게 몸져누우셨습니다.
저는 일찍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벌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정치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가난을 극복했던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노동당은 효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하지만 노동당 이야기는 ‘지금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언젠가 노동당이 너희를 어려움에서 꺼내줄 것이다.’라고 약속하는 것 같았습니다.
보수당은 달랐지요. ‘열심히 일해라. 스스로 가난의 굴레에서 빠져나와라.’ 보수당은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난했지만 저 스스로 노동당보다 보수당이 올바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수당에서 정치 경력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자신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사람은 아닙니다. 보수당이 늘 옳고, 노동당이 늘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죠.
인간의 선택과 의지, 시장의 기능에 더 매료되었기 때문에 보수당을 지지하였고 보수당이 선택한 정치인으로서 한평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쉽지가 않죠.
인간의 자유의지와 시장 기능에 대한 신념을 갖기는 정말 힘듭니다만 존 메이저 영국 수상은 그와 같은 선택을 하였고, 그와 같은 선택에 따라서 평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참 중요한 부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혹자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정확한 용어로 풀어 쓰면 세계관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세계관은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 상당히 보완되지요.
그러나 정말 많은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세계관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취향이나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추측을 해 봅니다. 이것은 과학적 사실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흔히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세계관에 연결되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강한 비중을 둘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될 것인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고, 그와 같은 선택은 후천적인 교육 못지않게 선천적인 부분들이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가끔 저는 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저는 경남 통영이라는 아주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고, 어장을 하시던 아버지를 두었고, 그와 같은 환경에서 크면서 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부분을 늘 이렇게 관심 있게 관찰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면 이것은 분명히 교육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태생적으로 그와 같은 자립, 자존이라든지 자립심이라든지 스스로 개척하는 미래에 대해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같은 성향이 성장해 가면서 비슷한 생각을 보충하는, 보장하는, 보증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더 굳건한 믿음으로 자리를 잡지 않았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전자라는 부분들은 세계관을 형성하는 상당히 중요한 몫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언젠가 카지노가 성행하고 있는 강원도의 어느 지방을 들렀습니다.
그 카지노가 처음에 열릴 때 읍장을 지냈던 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읍장 분의 말씀은 “본래 화투나 이와 같은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카지노에 의해서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분 말씀이 재미있더군요.
“그런 부분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그와 같은 부분에 지나치게 빠져서 많은 손실을 보고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런 점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우리가 유전적인 부분들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후천적인 교육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타고난 믿음, 체계라는 부분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그와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 약점이 있으면 좀 더 후천적인 노력을 더해서 자기 자신에 반듯한 생각을 갖거나, 반듯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공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