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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디지로그'적인 한국인
이어령

우리가 디지로그에 대한 예로써 휴대전화지만 휴대전화가 못하는 것, 외국어로 번역해 줄 수 있는 회원들이 3천명 가까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 휴대전화가 통역기가 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은 한국에서만 이루어진다. 하는 얘기에요. 왜냐? 외국에서는 휴대전화 절대 그 번호 안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함에다가 자기 휴대전화 번호 찍어가지고 다니는 사람 참 많아요. 이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내 전화기이기 때문에 나의 사생활을 침해할지도 모르니까 모르는 사람이 내 휴대전화를 가지고 안다는 것은 바로 내 사실로 내 안방으로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집, 학교, 회사만 하더라도 공공장소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바로 내 휴대전화는 나의 사사로운 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절대로 이것을 못 가르쳐 줍니다. 사실 미국의 아는 사람이 있어요. 급해서 거기로 전화를 걸어서 휴대전화를 가르쳐 달라니까 그 비서가 절대로 안 가르쳐 주는 거예요.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아는데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아는데도 법적으로 내가 동의 없이 당신에게 휴대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사생활에 관계된 것을 침범하게 되는 것이니까 안 됩니다. 그래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사생활에 대한 것을 별로 외국 사람들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또 옛날부터 우리가 남이가? 이런 그 말하자면 서로 친해지면 자기 사생활이고 뭐고 다 털어놓습니다. 오히려 사생활 보호 이러면 섭섭하죠. 친한 사람끼리. 말하자면 친한 사람들끼리는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가만히 보세요. 한국 집을 보세요. 참 묘하게 만들어 졌죠? 한국 집처럼 문지방이 높은 가옥구조는 전 세계에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보통 문 열어놓고 살아요. 문 닫으면 프라이버시, 절대로 이 비밀을 내 방이니까 침입하지 마라. 섭섭하죠? 식구끼리 같이 사는데 문 걸어 잠가보세요. 우리를 남으로 알아. 그러잖아요? 그런데 열어놓으면 아무래도 식구래도 자기인데, 눕고 싶은데 보이면 되겠어요?
 

 그래서 문지방이 높아서 문 열어놓고 누우면 바깥에서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열어놓으면서도 누워서 자기모양을 남한테 드러내지 않아요. 자기 사생활을 가질 수 있어요. 이렇게 아주 묘한 민족이었어요. 자기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남에게 보여주게 문을 열어놓고 산다. 그러나 문지방이 높아서 눕는 것은 안 보인다. 이러한 슬기를 가진 것이 우리 한옥구조 이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이런 얘기를 다 못하지만, 한국 사람들 엇비슷하다는 말 잘 써요. 엇비슷하다는 말이 뭐예요? 영어로 해보세요. 엇은 ‘엇나가다’ 다르다는 얘기이고 비슷하다는 ‘같다’는 얘기에요. 세상에 남이 물었을 때 “이것은 뭐냐?” 물었을 때 “이건 같고 달라서...” 이렇게 해보세요. 아마 미친 사람이라고 할 거예요. 한국 사람만이 이렇게 전혀 다른 말 ‘틀리고 같다.’ 틀리면 틀리고 같으면 같지 어떻게 틀리고 같으냐? 시원 섭섭. 시원하면 시원하고 섭섭하면 섭섭하지 어떻게 시원하고 섭섭하냐? 이러한 묘한 감정은 디지털의 숫자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어요. 아날로그적인 감정이죠. 정보통신이라는데 ‘정’자가 들어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날로그다. 디지털이다. 하는 것을 이것이다. 저것이다. 따지지 않고 두 가지 다른 세계를 합칠 수 있는 모순을 합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한국인이 제일 많이 갖고 있어요. 사실상 엇비슷하다는 말, 시원섭섭하다는 말. 논리적으론 맞지 않지만 그런 경우 많죠? 친한 친구가 오랫동안 있다가 처음에 반가웠지만 자기 집에서 오랫동안 묵으면 귀찮잖아요. 그 친구가 가면 어때요?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수학문제 풀듯이 딱 떨어지게 풀 수 없는 감정. 이런 감정을 우리는 산업화과정에서 많이 잊어버렸어요. 디지로그. 이렇게 싸늘한 디지털을 따뜻한 디지털로 바꿔주자. 따뜻한 인터넷으로 바꿔주자. 그것이 정 많은 한국인, 정보통신에 정리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디지로그 입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어령